[이색 전시] 로봇이 술 따르고 수다 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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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12-31 12:43 조회6,966회 댓글0건본문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전시장 이곳저곳에서 로봇 파티가 벌여졌다. 헌데, 이 로봇들은 아주 특이하다. 인간에게 감히 술을 따르라고 손짓을 하는가 하면, “고생했어”라 말을 걸기도 한다. 인간과 맞먹으면서 로봇이 감정소통을 하자고 덤비는 듯한 묘한 분위기다. 로봇과의 공감-공생을 고찰해보자는 이런 전시들이 이어지고 있다.
로봇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
‘로봇파티’전
힘이 들 때 격려의 의미로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커피를 살짝 건넨다. 그런가 하면 록밴드를 결성해 현란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괴로운 일이 있었던 듯 폭탄주를 만들어 함께 건배하자며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한다. 헌데, 이게 모두 로봇의 행동이라면?
‘로봇파티’전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인간과 로봇의 감정 소통을 주제로 한국, 일본, 중국에서 제작한 로봇 50여 점을 선보인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트 로봇부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반려 로봇, 로봇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간과 로봇의 합동 공연까지 펼쳐진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현대인은 명실상부한 로봇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감정 표현을 쉽게 할 수 없는 현대인에게 로봇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년 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해오고 있다”며 “산업용 로봇이 아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감성 소통 로봇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제작된 로봇들은 쇼, 댄스, 뮤지컬 같은 공연 분야에 접목돼 융복합 문화 콘텐츠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미디어 아티스트 홍상화와 SK텔레콤의 협업 결과물도 선보인다. 음성 인식 기술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곰돌이 로봇 ‘동행’은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수다를 나눠주는 대화형 로봇이다. 또 파티에서 폭탄주를 제조해주는 로봇으로 변신한 산업용 로봇 ‘마젠타’ 등 인간의 육체노동 대체에 이어 감정노동까지 대체해주기 시작한 로봇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 영역까지 넘보는 로봇의 발전은 가볍게만 볼 수 없다. 30년 전 영화 ‘백투더퓨처(1985)’ 속 미래 상상 중에서 실제로 현실화된 것들이 있듯, 영화 ‘아이로봇’ ‘터미네이터’ 속의 로봇 세계가 현실화돼가고 있는 것일까. 전시는 타작마당에서 2016년 1월 16일까지.
로봇과의 공생을 대하는 태도
‘로봇 비 휴먼’전
과거 “여의의 국회의사당 돔 속에 로봇 태권V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로봇에 대한 상상이 만들어낸 우스갯소리였다. 이 로봇들이 현 시대에 재등장한다.
어렸을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로봇들이 ‘로봇 비 휴먼(Robot be Human): 창조된 인간’전을 통해 돌아온다. 이번 전시는 제17회 국제로봇올림피아드 세계 대회와 연계해 열린다. 로봇 만화의 변천사를 따라가며, 미래를 예견하는 상상력을 뒤돌아보는 자리다. 어려서 본 만화 속 로봇은 슈퍼 영웅 같은 존재로 멋있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성인이 돼 다시 접하는 로봇 만화는, 미래를 예견했던 상상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만나게 하면서 새로운 전율을 준다.
또한 로봇을 소재로 한 김진우, 성태진, 천근성 작가의 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해 로봇 만화의 시대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살펴보게 한다. 김진우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진화해 가는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상상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 속에 살아가는 동물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섬인 도시 기계문명 속에서 살아간다. 이 시대에 김진우는 인간과 기계, 그리고 자연과의 새로운 융합과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낸다.
어른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로봇 이외에 현재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로봇 주인공들도 함께 전시된다. ‘터닝메카드’ ‘헬로 카봇’ ‘로보카 폴리’ ‘로봇트레인’ ‘또봇’ 등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이 전시돼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측면과 더불어 로봇과의 공생을 준비하는 태도 또한 이야기 거리다. 최은영 큐레이터는 “로봇은 인간의 이기심에 따라 창조됐다. 인간의 조종과 명령대로 전쟁, 산업, 각종 연구 및 생활 영역 등에서 인간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다가 쓰임이 다하거나 고장나면 바로 고철로 버려지는 것이 원래 로봇의 운명”이라며 “다양한 형태로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창조됐지만 머지않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대를 앞서간 여러 만화를 통해 회상하고 예견하면서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한국만화박물관에서 2016년 4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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