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이 로봇 투자에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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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1-19 12:50 조회7,176회 댓글0건본문
1월 초 미국 메릴랜드대와 호주 NICTA 공동 연구팀은 유튜브로 도구 사용법을 배우고 따라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인간이 특정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영상만 보고 도구를 조작하는 로봇의 탄생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린 사건이다.
이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2가지 인식 모듈로 구성돼 있다. 손으로 사물을 쥐는 형태를 분류하는 모듈과 사물(객체)을 인식하는 모듈이다. 이 두 모듈은 ‘CNN’이라는 심화 학습 알고리즘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인공지능에서 폭넓게 쓰이는 알고리즘의 한 유형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영상이 3D로 구성돼 있지 않는 이상 로봇이 도구 조작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의 도구 조작 행위가 워낙 다양한 데다 힘의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면 의미 없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달걀을 들어 깨뜨리는 행위를 학습하려면 세세한 힘의 강약과 파지법을 영상을 통해 세밀하게 추론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2차원 영상 이미지만으로 정밀하게 그 행위를 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 난제를 풀 단초가 마련됐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
이들의 성과가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면 인공지능은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웹에 올라온 수많은 영상들을 수집해 인간의 행위를 스스로 학습하고 따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무기를 다루고 살상하는 행위도 예외는 아니다. 총기에 총탄을 장전하고 격발하는 영상을 제공하면 로봇은 이를 비교적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된다.
철학적 고민 필요한 때
이들 연구팀이 미국 육군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당장 논문에서 실제 구현하고 있는 행위는 요리 분야다. 사람이 토마토를 자르는 영상을 보고 인공지능이 이를 재현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활용 가능성이 미국 육군의 의도대로 전장으로 옮겨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무기 사용법 학습에 이 인공지능이 적용된다면 전혀 다른 형태의 살상 로봇 탄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록히드마틴의 B-1 폭격기는 인간의 제어 없이 목표물을 공격하고 인간을 살상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누구를 죽일 것인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판단한다. 이에 따라 로봇이 하늘과 땅에서 인간의 전쟁을 대리하는 기술적 기초는 이제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이젠 철학과 사회의 문제로 돌아오고 있다. 로봇은 인간을 살상해도 되는가, 혹은 적을 판별하기 위한 패턴 인식 알고리즘은 완벽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리 사회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1년 로봇 공학의 삼원칙을 제시하면서 그 첫째로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꼽았다. 이제 이 원칙의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
때마침 미국인공지능학회는 1월 말 개최되는 콘퍼런스에서 인간의 개입 없는 자율 무기에 대해 토론하는 세션을 마련했다. 살상 로봇을 지지하는 로널드 아킨 조지아공대 교수와 반대하는 스테판 구스 휴먼라이츠워치 총책임자가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다. 인간 살상을 인간의 개입 없이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에 대해 이들이 어떤 논쟁을 주고받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만 보던 섬뜩한 현실이 이미 너무 가까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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